우리 신랑 단감을 엄청 좋아합니다.
신랑이 한 10일전에 단감 한 바구니를 사 왔는데,
어찌나 맛이 없고 떫던지 아직 단감 익을 철이 아니라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.

그 후 일주일 전 마트에서 단감 빛깔이 예뻐 사 와 먹었는데 먹을 만은 했지만 맛있지는 않더군요. 이때도 아직 단감 철이 아닌가벼 했습니다.

그러다 카페에 단감공구가 뜬 걸 봤답니다. 멘토링님이 물이 많은 단이라 아주 맛있을 뿐더라, 단감 깎아 보면 배 �A을 때의 매끈히 내려가는 칼 느낌이라 말씀하셨지만 솔직히 '그럴 리가......' 했습니다. 그래도 멘토링님을 왕신뢰하기 때문에 한번 먹어볼까 하고 주문했지요.

주문한 날 바로 배송문자가 오고 다음날 단감이 바로 왔어요. 빠른 배송 아주 만족스러웠답니다.

박스를 개봉하면서 ‘맛있어야 할텐데......, 안 그러면 우리 신랑이 단감 아직 맛 안 났을테니 주문하지 말지 한 것을 내가 그냥 사 보자고 우긴건데.....’걱정이 되더이다.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나 집어 들어서 씻어서(무농약이라길래 대충 씻어) 칼을 들이대는데 이 칼질이 심상치 않더군요. 제가 5년차 밖에 안 된 주부이지만 칼질하면서 과일의 상태 나름 짐작합니다. 어어! 이거 진짜 배 깎는 거 같다. 술술 깍이는 것이 한 입 베어 무니 이거이 이거이 너무 맛나더라는 겁니다.

솔직히 전 단감 안 좋아합니다. 아니 싫어합니다. 그래서 잘 안 먹습니다. 그런데 오호! 진짜 배 깎는 느낌에다 맛은 또 어찌나 좋은지. 지리산 맑은 공기 아래서 자란 감이라는 이미지와 딱 맞게 달디단 맛 무공해 맛이더라구요. 거짓말 안 보태고 제가 이 세상에서 태어나 먹어본 감 중 단연 제일 맛난 단감이었습니다.

신랑이 퇴근했길래 제가 “단감 왔는데 영 맛이 아니네.”하니, “그러길래 사지 말자고 했지.” 합니다. “ 그래도 산 거니까 한번 먹어봐요”하면서 은근슬쩍 디밀었습니다. 신랑 한 입 베어 물더니 얼굴에 화색이 돌더이다. “와! 맛있는데. 감이 왜 이리 부드러운 거지?”합니다. 제 어깨가 으쓱으쓱. “봐봐. 내 말 듣고 사길 잘 했지.”했답니다.

우리 39개월 된 아들도 너무너무 잘 먹고 신랑은 먹고 또 먹고 합니다. “제가 좀 아껴 드세요.”하고 잔소리 하지요. 우리 아들은 감 먹고 난 다음 매끈매끈한 단감씨를 모아서 접시에 스마일그림도 만들고 동그라미도 만들고 촉감이 좋은지 잘 갖고 놉니다.

입 짧은 우리 신랑 식탐이 거의 없는데 이 단감을 너무 잘 먹어서 저 솔직히 마음껏 못 먹습니다. 아들이랑 신랑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니까요.

큰 감 중간 크기의 감 합해서 50개 쯤 왔나 봅니다. 김치냉장고 채소 칸에 두 통 가득 넣어 놓고 꺼내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. 게다가 귀한 2년된 감식초까지 주셔서 어찌나 감사하던지요.

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으면 시댁이나 지인들에게 선물할 겸 몇 상자 했을텐데 하며 아쉬움이 남더이다. 하긴 물량이 별로 없긴 했지만. 다음 번 감 판매하실 땐 몇 상자 더 사서 마음을 드리고 싶은 분들게 드시라고 보내 드려야겠어요.

지리산 엄마의 텃밭...이렇게 맛있는 단감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. 늘 좋은 일들만 가득하세요^^*

* 사진도 몇 컷 찍었는데 올리기가 안 되어서 포기했답니다.